법원에 한 번 가보면 달라지는 것들
평일 오전 10시, 법원 경매법정 앞 복도는 생각보다 붐빕니다. 서류 봉투를 든 정장 차림의 사람도 있지만, 등산복 차림의 중년 부부, 아기 띠를 한 엄마, 노트를 펴 든 20대도 섞여 있습니다. 처음 온 사람들은 대개 같은 생각을 합니다. "생각보다 평범한 사람들이네."
경매를 책과 영상으로만 공부한 사람에게 법원은 막연히 무서운 곳입니다. 그런데 입찰하지 않고 구경만 해도 됩니다. 경매법정은 누구나 들어가 볼 수 있는 공개된 장소입니다.
- 201건 — 9월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
- 5.4명 — 서울 아파트 물건 하나당 평균 응찰자
- 94.7% —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
출처: 지지옥션 2026년 9월 경매동향
한 달에 서울 아파트만 200건이 넘게 진행되고, 물건마다 평균 다섯 명 남짓이 입찰합니다. 법정 안의 사람들 대부분은 이 숫자 속 평범한 참여자입니다.
책으로 배운 경매와 법정에서 보는 경매는 같은 내용이어도 다르게 다가옵니다. 화면 속 사건번호는 숫자일 뿐이지만, 법정에서는 그 사건번호가 불리고 누군가 앞으로 나가 영수증을 받습니다. 경매가 실제로 매주 돌아가는 일이라는 감각은 이 장면을 한 번 보는 것으로 생깁니다.
첫째, 입찰 당일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 오전 10시 전후 도착
- 게시판에서 사건 확인
- 입찰표·보증금 봉투 작성
- 입찰함에 제출
- 마감 후 개찰·최고가 발표
입찰 시작·마감 시간은 법원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해당 법원 공고를 확인하세요.
입찰 마감 후 집행관이 사건별로 봉투를 열고, 가장 높은 가격을 쓴 사람의 이름과 금액을 그 자리에서 부릅니다. 낙찰가가 공개적으로 발표되는 장면을 몇 번만 봐도, 감정가 대비 어느 정도에 낙찰되는지 감이 생깁니다.
도착하면 가장 먼저 게시판을 확인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경매 당일에 사건이 취하되거나 기일이 변경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확인한 물건이 당일 게시판에서 빠져 있다면 그날은 진행되지 않습니다. 구경하러 갈 때도 관심 사건 두세 개를 미리 적어 가면, 그 사건들의 개찰 결과를 집중해서 볼 수 있어 훨씬 많이 배웁니다.
가기 전에 그 사건들에 내가 입찰한다면 얼마를 쓸지 숫자를 하나씩 적어 가는 것도 좋은 연습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적은 금액과 실제 낙찰가가 크게 다르다면, 그 차이가 어디서 왔는지 돌아와서 다시 따져 볼 수 있습니다. 시세를 잘못 봤는지, 경쟁을 낮게 봤는지, 그 물건만의 사정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실제 입찰을 위한 가장 값싼 연습이 됩니다.
낙찰자가 정해지면 법정 앞쪽에서 보증금 영수증을 받는 장면을 볼 수 있고, 떨어진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보증금 봉투를 돌려받습니다. 떨어져도 잃는 돈이 없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면, 첫 입찰에 대한 부담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둘째, 구경만 해도 배울 수 있는 것들
| 법정에서 볼 것 | 배울 수 있는 것 |
|---|---|
| 사건별 응찰자 수 | 어떤 물건에 사람이 몰리는지 |
| 1등과 2등의 가격 차이 | 실전 입찰가의 감각 |
| 입찰 무효 사례 | 입찰표에서 자주 하는 실수 |
| 낙찰 후 사람들의 표정 | 경매가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 |
입찰표에 금액을 잘못 쓰거나 보증금이 모자라 무효가 되는 장면도 종종 나옵니다. 남의 실수를 미리 보는 것만큼 좋은 공부는 없습니다.
입찰표에서 자주 나오는 실수

입찰표 실수는 대부분 긴장해서 생깁니다. 대표적인 것이 금액란에 0을 하나 더 쓰는 실수입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쓰려다 10억 원을 쓰면, 그 금액으로 낙찰됩니다. 잔금을 낼 수 없으니 결국 보증금을 잃게 됩니다. 사건번호를 빠뜨리거나, 물건번호가 여러 개인 사건에서 물건번호를 적지 않는 것도 흔한 실수입니다.
그래서 처음 입찰하는 사람에게 권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법원에서 받은 입찰표를 바로 쓰지 말고, 집에서 미리 같은 양식으로 연습해 보는 것입니다. 금액은 숫자를 한 자리씩 칸에 맞춰 쓰고, 제출 전에 한 번 더 소리 내어 읽어 보면 대부분의 실수를 막을 수 있습니다.
셋째, 준비물은 많지 않습니다
구경만 한다면 신분증 하나면 충분합니다. 실제로 입찰할 때는 신분증, 도장, 입찰보증금(최저가의 10%, 보통 수표 한 장)이 기본입니다. 대리 입찰이라면 위임장과 인감증명서가 추가됩니다.
| 입찰 당일 준비물 | 체크 |
|---|---|
| 신분증 | 본인 입찰 시 필수 |
| 도장 | 입찰표·봉투 날인용 |
| 입찰보증금 | 최저가의 10%, 수표 한 장으로 준비하면 편함 |
| 위임장·인감증명서 | 대리 입찰일 때만 |
| 미리 적어 둔 입찰가 |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바꾸지 않기 위해 |
마지막 줄이 의외로 중요합니다. 법정 분위기에 휩쓸려 집에서 정한 금액보다 높게 쓰는 일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입찰가는 집에서 계산을 끝내고 가고, 현장에서는 그대로 옮겨 적기만 한다는 원칙을 정해 두면 좋습니다.
실제로 가 본 사람들
부놈크루는 정규 과정 중 하루를 통째로 법원에서 보냅니다. 오전에는 고양지원 경매법정에서 입찰과 개찰을 직접 보고, 점심을 먹은 뒤 오후에는 근처 물건을 임장합니다. 1기 35명 중 32명이 이 하루에 신청했습니다. 다녀온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생각보다 별거 아니네요"였습니다.
혼자 가면 무엇을 봐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다 끝나기 쉽습니다. 같이 가는 사람이 있으면 개찰 결과를 보며 "이 물건은 왜 응찰자가 많았을까"를 바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법정에서 본 장면을 그날 오후 임장과 연결하면, 서류와 현장과 가격이 한 줄로 이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오늘의 한 걸음
집에서 가장 가까운 법원의 다음 매각기일을 찾아 달력에 적어 두세요. 입찰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전 반차 하나면 충분합니다.
1주차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에는 방향을 바꿔, 열심히 공부하고도 멈춰 버리는 이유를 들여다봅니다. 첫 편은 "유튜브 100개를 봤는데 입찰은 한 번도 못 했다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