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예보만 뜨면 새벽에 그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누수가 있던 집을 받았습니다. 수리를 했고, 깔끔하게 끝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비 예보만 뜨면 심장이 내려앉는 겁니다. "또 새면 어떡하지." 새벽에 차를 몰고 그 집으로 달려간 게 몇 번인지 모릅니다. 아무 일 없는 걸 확인하고 돌아오는 길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수리비만 계산하면 반쪽짜리입니다

하자 있는 물건을 볼 때 대부분 수리비를 계산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견적을 받고, 그 금액을 입찰가에서 빼고, 그러면 계산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반쪽이었습니다. 실제로 들어간 건 견적서에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수리가 제대로 됐는지 검증하는 시간이 듭니다. 한 번 고쳤다고 끝이 아니라 비가 와봐야 압니다. 장마를 한 번 넘겨야 확신이 섭니다. 그동안 매도를 못 합니다.
비 올 때마다 조마조마한 마음고생도 비용입니다. 이건 숫자로 안 잡히지만, 그 몇 달 동안 다른 물건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 기회비용이 진짜 손해였습니다.
그리고 매수자가 하자를 발견했을 때의 리스크가 남습니다. 계약이 깨지거나 가격을 깎아야 합니다. 실제로 저는 다른 물건에서 매물 등록 직후에 부동산으로부터 누수 연락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등록한 매물을 전부 회수하고 수리 모드로 돌아갔습니다. 장마 전에 지붕과 옥상 바닥 방수를 다시 잡았습니다.
싸 보이는 물건이 왜 싼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에 정확한 가격표를 매기는 게 실력입니다.
지금도 하자 물건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하자 물건을 피하느냐. 아닙니다. 지금도 들어갑니다. 대신 비용을 다 계산하고 들어갑니다.
수리비 견적에 더해서 검증 기간을 잡습니다. 누수는 최소 한 번의 큰비를 넘겨야 하니 그 기간의 이자와 관리비를 미리 넣습니다. 매도 시점도 그만큼 뒤로 밀어서 계산합니다. 그러고도 목표 수익이 남으면 들어가고, 안 남으면 포기합니다.
제가 지금 하자 물건에서 입찰가를 정할 때 빼는 항목은 대략 이렇습니다.
- 수리 견적 — 여기까지는 누구나 뺍니다.
- 재시공 여지 — 한 번에 안 잡힐 가능성. 누수는 특히 그렇습니다.
- 검증 기간의 보유비 — 큰비를 한 번 넘길 때까지의 대출이자와 관리비.
- 매도 지연분 — 그만큼 늦게 팔리니 그 기간도 보유비에 들어갑니다.
- 가격 협상 여지 — 매수자가 하자를 알게 됐을 때 깎일 금액.
이걸 다 빼고 나면 "싸 보이던 물건"의 실제 가격이 나옵니다. 그 숫자가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넘깁니다. 하자 물건에서 손해를 보는 건 하자 때문이 아니라, 하자의 값을 모르고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이 계산을 입찰 전에 끝내는 겁니다. 낙찰받고 나서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라고 알게 되면 이미 늦습니다.
수리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덧붙이면, 첫 물건에서 수리비가 예상보다 부풀었던 결정적 이유는 인테리어를 분리 발주하지 않고 전체를 일괄로 맡긴 것이었습니다. 처음이라 몰랐습니다. 설 연휴와 단전 복구가 겹쳐 한 달 이상 걸렸고, 그 시간도 전부 비용이었습니다.
누수를 잡은 뒤에도 바로 매물로 내놓지 않았습니다. 장마 전에 지붕과 옥상 바닥 방수를 보강해 두고, 그해 폭우가 한 번 크게 지나간 뒤에 직접 가서 확인했습니다. 재발이 없는 걸 보고 나서야 다시 등록했습니다. 그 몇 달이 답답했지만, 그 확인 없이 팔았다가 매수자가 하자를 발견했으면 훨씬 큰 비용이 됐을 겁니다.
그 뒤로 하자 물건을 볼 때는 "언제 이걸 확인할 수 있느냐"를 먼저 봅니다. 여름 직전에 낙찰받은 누수 물건은 몇 달 안에 검증이 되지만, 가을에 받으면 다음 장마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계절이 비용에 들어가는 겁니다.
그 집을 결국 팔고 나서 든 생각은 이겁니다. 경매에서 리스크는 "위험한 물건"에 있는 게 아니라 "가격표를 못 매긴 항목"에 있습니다. 누수는 위험한 게 아니라, 제가 값을 몰랐던 것뿐이었습니다.
다음 글은 낙찰 후에 제일 무섭다는 명도 이야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