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고장을 보냈더니, 점유자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낙찰 후에 제일 겁나는 게 명도라고들 합니다. "사람 내보내는 거, 나는 못 할 것 같은데"라고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저도 첫 물건 때 그랬습니다.
한 물건에서 점유자가 꿈쩍을 안 했습니다. 연락도 안 되고 문도 안 열어줬습니다. 몇 주가 그냥 흘렀습니다.
절차대로 강제집행 계고를 신청했습니다. 그랬더니 점유자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명도는 싸움이 아니라 절차입니다
여기서 배운 게 있습니다. 감정으로 다투면 몇 달이 갑니다. 서로 상처만 나고 진도가 안 나갑니다. 그런데 절차가 진행되면 그때부터 대화가 시작됩니다.
상대도 압니다. 시간이 자기 편이 아니라는 걸요. 계고가 들어가면 그 사실이 문서로 확인되고, 그때부터는 "언제 나갈지"와 "이사비를 얼마로 할지"라는 현실적인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그러니까 명도에 필요한 건 강한 성격이 아닙니다. 절차를 정확히 아는 것, 그리고 감정을 안 섞는 것 두 가지입니다. 이건 성격 문제가 아니라 학습의 문제라서 소심한 분도 충분히 하십니다.
제가 밟는 순서는 대략 이렇습니다.
- 잔금 납부와 동시에 인도명령을 신청합니다. 소유권을 넘겨받는 시점에 바로 걸어둡니다. 나중에 필요해지면 그때 신청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깔아둡니다.
- 내용증명을 보냅니다. 소유자가 바뀌었다는 사실, 명도 요청, 협의 의사를 문서로 남깁니다. 여기서 연락이 오면 대부분 협의로 끝납니다.
- 연락이 없으면 인도명령 결정을 받고 계고를 신청합니다. 이 단계에서 대화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우가 그랬습니다.
- 협의가 되면 이사 날짜와 이사비를 정하고, 명도확인서를 씁니다. 세입자가 배당을 받아야 하는 경우 이 서류가 필요하니 서로 조건이 맞물립니다.
- 끝까지 안 되면 강제집행으로 갑니다. 다만 여기까지 간 적은 많지 않습니다. 절차가 눈에 보이면 대개 그전에 정리됩니다.
감정을 안 섞는다는 게 무슨 뜻이냐면

점유자 입장에서 그 집은 살던 집입니다. 저한테는 물건이지만 그분한테는 생활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되, 제 일정과 비용은 따로 계산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이렇게 합니다. 이사비를 협의할 때 "얼마까지 줄 수 있다"는 상한을 미리 정해두고 들어갑니다. 그 자리에서 감정이 흔들려 상한을 올리면 그만큼 수익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상한 안에서라면 빨리 마무리하는 쪽이 낫습니다. 한 달을 더 끌면 이자와 관리비가 그 이상 나가니까요.
그리고 대화는 되도록 문서로 남깁니다. 문자든 내용증명이든 기록이 있으면 나중에 말이 바뀌어도 다툴 일이 없습니다.
서식은 미리 준비해두면 편합니다. 내용증명, 명도확인서, 인도명령 촉구서 같은 것들은 형식이 정해져 있어서 물건 정보만 갈아 끼우면 됩니다. 저는 이걸 매번 새로 쓰기 귀찮아서 자동으로 만들어지게 해뒀습니다.
명도가 무섭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대개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위 다섯 단계를 놓고 보면 각 단계마다 걸리는 시간이 대략 정해져 있습니다. 예상이 되면 계획에 넣을 수 있고, 계획에 들어가면 그건 리스크가 아니라 비용입니다.
제가 명도 기간을 입찰가에 반영하는 방식도 이겁니다. 점유자가 누구인지, 배당을 받는 임차인인지 소유자인지에 따라 예상 기간이 달라지고, 그 기간만큼 대출이자와 관리비를 미리 빼둡니다. 협의가 빨리 되면 그만큼 이익이고, 늦어져도 계산 안이라 흔들리지 않습니다.
명도가 끝나면 공실이 됩니다. 그때부터 매도가 시작됩니다. 앞선 글에서 말씀드린 대로 실수요자는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집을 삽니다.
다음 글은 마지막입니다. 뉴스가 시끄러운 날 법원에 갔던 이야기와, 그날의 판단 기준에 대해 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