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평 원룸에서 시작했습니다 — 제가 경매를 고른 이유
제가 경매를 시작한 자리는 8평짜리 원룸 오피스텔이었습니다. 네 식구가 살았습니다. 사업을 하다 실패했고, 빚은 한 번에 오지 않고 매달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애들 잠든 얼굴을 보면서 "여기가 바닥이다" 생각했는데, 파보니까 지하실이 있더군요.
이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이유가 있습니다. 경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개 낙찰 성공담부터 시작합니다. 저는 그 반대편에서 출발했다는 걸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나는 이미 늦었다", "나는 가진 게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저는 아마 그보다 아래에서 시작했을 겁니다.
거기서 한 세 가지

바닥에서 제가 한 건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생각의 전환입니다. 과거를 탓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경기 탓, 동업자 탓, 운 탓. 그걸 다 멈추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과거를 봐야 한다"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둘째는 무한 절약입니다. 외식, 학원, 보험, 모임, 용돈. 전부 끊었습니다. 멋있는 얘기가 아니라 지긋지긋한 얘기입니다. 그렇게 10년을 모았습니다.
셋째는 그 돈으로 부동산 첫 투자를 시작한 겁니다. 화려한 반전 같은 건 없습니다. 로또도 없었고 귀인도 없었습니다. 그냥 버텼고, 모았고, 시작했습니다.
돈 된다는 건 다 해봤습니다
그 10년 동안 뭘 했는지 좀 부끄럽지만 적어보겠습니다.
8평 원룸에 살면서 독서실 야간 총무를 했습니다. 밤새 독서실을 지키는 일이었고 월급은 30만 원이었습니다. 한 달 꼬박 밤을 새워서 30만 원입니다.
본업이 개발이라 외주도 건바이건으로 받았습니다. 이게 제일 뼈아팠습니다. 홈페이지 하나 만드는 데 100만 원짜리가 있고 1000만 원짜리가 있는데, 요구하는 건 똑같습니다. 100만 원 주신 분도 "이것도 해주세요, 저것도 해주세요" 하십니다. 그러면 저는 "이건 계약 범위가 아닙니다", "이건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를 설명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이 설득이 개발보다 힘들었습니다.
그 일을 언제 하느냐면, 회사 일 끝나고 합니다. 퇴근하고 새벽까지, 주말까지 갈아 넣습니다. 그렇게 두 달을 갈아 넣으면 100만 원이 손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끝이 아닙니다. 인수인계 후에도 6개월은 AS를 해줍니다. 전화가 오면 받아야 하고 고쳐야 합니다.
그 외에도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영상을 올렸고, 블로그 대행을 했고, 쿠팡 구매대행을 했고, 배달과 식당 알바를 했습니다. 안 해본 게 없습니다.
그런데도 결론은 경매였습니다

몇 년을 그렇게 하고 나서야 깨달은 게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한 일들의 공통점이 뭐냐면, 전부 제 시간을 파는 일이었다는 겁니다. 독서실 총무는 밤을 팔았고 외주는 주말을 팔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은 늘릴 수가 없습니다. 하루는 24시간이고 저는 이미 다 쓰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런 일들은 아무리 해도 쌓이지 않습니다. 이번 달에 100만 원을 벌면 다음 달에 다시 0에서 시작합니다.
경매는 달랐습니다. 한 건을 끝내면 그 수익이 다음 물건의 종잣돈이 됩니다. 그리고 물건을 볼 줄 아는 눈은 한 번 생기면 없어지지 않습니다. 시간을 파는 게 아니라 자산이 쌓이는 구조였습니다.
왜 하필 경매였느냐는 질문도 자주 받습니다. 저는 급여소득에서 임금체불을 겪었고, 개인사업에서 부도를 겪었고, 주식은 상장폐지까지 가봤습니다. 자영업은 무한경쟁이었습니다. 전부 제가 통제할 수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경매는 서류를 법원이 공개합니다. 가격은 제가 정해서 들어갑니다. 공부한 만큼, 걸은 만큼 정직하게 돌아오는 시장이었습니다. 그래서 경매였습니다.
제가 본업으로 25년째 개발을 하고 있는 것도 여기서 도움이 됐습니다.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하는 일이 직업이니, 시세와 거래량을 손으로 세는 대신 자동으로 뽑아 보게 됐습니다. 주말에는 임장을 가고 퇴근 후에는 그걸 편하게 만들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다들 외면하던 썩은 빌라를 받아서 직접 견적을 내고 고쳐서 새 주인을 찾아준 적도 있습니다. 남들이 "저걸 왜 사"라고 하던 물건이 제게는 효자가 됐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경매를 공부하게 만든 계기, 그러니까 제 인생 최대의 실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3억짜리 오피스텔 분양 이야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