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다음 날 아침, 저는 법원에 갔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밤, 계엄 뉴스가 터졌습니다. 그날 밤 분위기는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저는 다음 날 아침에 입찰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지금 이 상황에 무슨 입찰이냐"고 했습니다. 부동산 다 폭락한다, 나라가 어떻게 될 줄 알고.
저는 갔습니다. 예정대로 입찰했습니다.
바뀐 건 뉴스뿐이었습니다

왜 갔느냐면, 제 기준이 바뀐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물건의 실거래 데이터가 하룻밤 사이에 바뀌었나요. 아닙니다. 그 동네 수요가 사라졌나요. 아닙니다. 제가 계산한 입찰가가 틀렸나요. 아닙니다.
바뀐 건 뉴스뿐이었습니다. 뉴스는 뉴스고 기준은 기준입니다.
기준이 없는 사람은 뉴스에 휘둘립니다. 오르면 따라 사고 내리면 무서워서 못 삽니다. 기준이 있는 사람은 뉴스가 시끄러워도 자기 계산대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보통은 남들이 겁먹고 안 들어올 때가 제일 좋은 기회입니다.
기준이라는 게 결국 숫자입니다

"기준대로 움직인다"는 말이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어서, 그 기준이 실제로 어떤 모양인지 하나만 보여드리겠습니다.
경매를 하다 보면 HUG, 그러니까 주택도시보증공사 물건을 만나게 됩니다. 전세사기 여파로 이 기관이 입찰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저는 이 상대에게 3~4번을 연속으로 졌습니다.
계속 지니까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런데 오기로 입찰가를 올리면 그건 지는 겁니다. 이겨도 지는 거예요. 낙찰은 받았는데 수익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감으로 안 썼습니다. 데이터로 다시 계산했습니다. 실거래 데이터로 매도 가능 가격을 잡고, 거기서 수리비·취득세·명도비·대출이자·양도세까지 전부 뺀 다음, 목표 수익을 확보하는 최대 입찰가를 역산했습니다.
그 숫자를 그대로 썼고, 이겼습니다. 2위와의 차이가 26만 원이었습니다.
| 구분 | 금액 | 비고 |
|---|---|---|
| 감정가 | 2억 1,200만 원 | 수도권 다세대주택 |
| 최저가 (3차) | 1억 388만 원 | 감정가의 49% — 2회 유찰 후 |
| 낙찰가 | 1억 3,700만 원 (64.6%) | 6명 입찰 중 1위 |
| 2위 금액 | 1억 3,674만 원 | 약 26만 원 차이 |
26만 원이 감으로 나올 수 있는 숫자일까요. 아닙니다. 계산의 결과입니다.
그 기준은 매일 30분에서 나옵니다
이런 계산이 입찰 당일에 갑자기 되는 게 아닙니다. 저는 직장인이라 시간표가 정해져 있습니다.
9시 반 출근인데 8시 40~50분에 도착합니다. 그 시간에 경매 정보 사이트에서 원하는 지역 필터를 걸어 검색하고, 눈에 들어오는 물건을 즐겨찾기에 넣습니다. 시세를 확인하고, 괜찮은 물건은 점심시간에 부동산 두세 군데에 전화를 돌립니다. 그중 살아남은 것만 주말에 아내와 임장을 갑니다.
이걸 2주에서 한 달만 반복하면 계속 같은 물건을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보는 속도가 빨라지고 동네의 가격·시세·위치 컨디션이 머릿속에 데이터로 쌓입니다. 계엄 다음 날에 흔들리지 않았던 건 담이 커서가 아니라, 그 동네 숫자가 이미 머리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준을 만드는 데 하나 더 쓰는 게 사건번호입니다. "2024타경1234"는 2024년에 접수된 경매 1234번이라는 뜻인데, 경매 물건은 접수 후 나오기까지 최소 1년쯤 걸립니다. 그래서 연도만 봐도 감정가가 어느 시점의 시세로 매겨졌는지 짐작이 됩니다.
저는 폭등기였던 21·22타경은 감정가가 시세보다 높아서 들어가지 않았고, 시세가 꺾인 뒤 감정된 23타경을 24년 반등기에 집중해서 봤습니다. 같은 논리로 지금 나오는 25·26타경은 조심해서 봅니다. 지금 가격 기준으로 받으면 안 되는 물건이 섞여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 이야기입니다. 여덟 편을 정리하면 한 줄입니다. 기준을 지키면 벌었고, 기준을 깨면 잃었습니다. 4건의 성과도 그 증거고 손실 1건도 그 증거입니다.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시스템과 루틴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스템은 배우면 되는 겁니다.
